삼성전자 회사이야기/설비엔지니어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 "방진복+OHT장비"에 대해 알아보자.

하멜s 2023. 1. 10. 19:55

어렸을 때, 하루를 마무리하는 TV에는 애국가가 나와서 종종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애국가 영상에는 올림픽, 백두산, 무궁화 영상과 더불어 항상 나오는 영상이 있었다.

 

바로 하얀 옷을 입고 동그란 물체를 잡고 일을 하시던 분들의 영상이다. 

 

당시에는 뭔지 몰랐으나, 하얀 옷이 멋져 보였고 내가 나중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곤 했었다.

 

 

방진복

 

그리고 지금 애국가 영상을 찾아서 틀어봤는데 여전히 나오더라.

 

 

근데 지금은 알고 있다. 하얀 옷이 뭔지, 하얀 옷을 입고 일을 하시는 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그것의 정체는 바로 방진복이다.

 

방진복
이재용 회장님도 착용한 방진복

 

 

방진복이란 말 그대로 몸에서 PC (particle의 줄임말 ; 먼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등이 빠져나와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몸과 머리카락을 감싸는 옷, '먼지를 막는 옷'을 말한다.

 

 

 

입는 이유는 단순하다. PC가 퍼져나가 설비의 틈새로 들어간다면, 설비에서 찍어내고 있는 웨이퍼(아래 사진)가 더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퍼는 아주아주 작은 먼지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먼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웨이퍼를 자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도체(컴퓨터, 카메라 등등에 들어가는 수많은 작은 칩)가 된다] 

 

웨이퍼
Wafer의 모습. 원래는 왼쪽의 사진처럼 거울과 같으나, 수많은 설비를 지나 오른쪽 그림처럼 완성된다. (나중에는 위의 웨이퍼에 그려져 있는 네모난 선을 따라서 다 잘라서 분해한다)

 

 

 

 

반도체
완성된 Wafer를 잘게 잘라서 얻은 작은 네모 하나하나가 이처럼 수많은 전자장비에 들어가는 칩이 되는 모습.

 

 

 

 

 

 

 

 

하지만 방진복은 사진을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상당히 불편하다.

 

몸에 해당하는 부분은 옷을 벗고 입기 때문에 더 편하기도 하지만, 머리에 쓰는 "방진모"가 생각보다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라인에서 방진복 + 방진모를 입고 일을 오랫동안 하고 나오면, 방진모에 머리가 눌러져 있어서 보기에도 안 좋고 땀이 많으신 분들은 땀이 나기도 한다.

 

(머리 파마를 하면, 파마가 상대적으로 빨리 풀리기도 한다.. ㅠㅠ)

 

 

 

하지만, 굳이 장점이라고 하면 중국에서 어떠한 황사가 오더라도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환경은 매우 PC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에 걸릴 일이 전혀 없다.

 

황사
황사가 오더라도 반도체 환경은 너무나도 공기가 깨끗하다 ^^

 

 

추가로 일하는 환경도 단순히 방진복만으로는 완전히 먼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처럼 Air filter를 거치는 설비들이 매우 많고 그에 따라 라인은 다소 소음이 항상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방진복의 입는 순서를 알아보자.

 

원칙대로 따진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방진복을 입게 된다.

 

마스크, 방진모, 방진복, 방진화, 나이트릴 장갑.

 

진짜 눈만 빼고 다 가린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순서대로 안 입어도 상관없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방진복 다리에만 걸쳐두고 방진모 쓰고, 방진화 신고 다시 방진복을 입는다.

 

그게 훨씬 빠르다.

 

 

아 그리고 방진복은 평소에 입는 사이즈보다 크게 입어야 편하다.

 

나는 키 180cm에 몸무게는 75kg 정도 되는데, 방진복은 4 XL를 입는다.

 

너무 Tight 하게 입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을 받는다.

 

 

 

 

 

그러면 이제 OHT에 대해 알아보자.

 

OHT는 OVERHEAD HOIST TRANSPORT의 약자로 쉽게 말해 웨이퍼를 옮기는 장비를 말한다.

 

OHT

 

 

웨이퍼가 담긴 통을 OHT가 천장의 레일을 따라서 이동한다. 눈으로 대충 봤을 때는 시속 10 km정도 되는 것 같다.

 

한 대당 가격은 몇 천만원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천개의 OHT가 라인의 천장을 따라서 웨이퍼를 옮겨주고 있다.

 

참고로 OHT가 없던 시절에는 여자 사원들을 뽑아서 카트에 웨이퍼 통을 담아 일일이 사람들이 끌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 분들을 제조 여사원분들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OHT가 대체를 거의 해버려서 제조 여사원분들을 거의 뽑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금 제조 여사원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좀 있으신 편이다.

 

다만, OHT가 이제 생겼다고 해서 기존에 다니시던 분들을 한국 근로법상 해고를 함부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니터링 팀에 가서 설비 엔지니어에게 이 설비, 저 설비 백업 언제 되냐?, 설비 에러 난 것 같은데 빨리 조치 좀 해달라, 확인 좀 해달라 메신저를 엄청나게 보내신다.

(살려주세요.ㅠㅠ 설비 보는 것도 바쁘단 말이에요..) 

 

또 나이가 좀 있으시고, 여성이다 보니 설비 엔지니어를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공정 엔지니어로 보직을 받으셔서 공정 엔지니어로 현재 일하고 있는 제조 여사원분들도 많다.

 

또 여담 하나만 덧붙이자면, 예전에는 설비 엔지니어나 공정 엔지니어가 웨이퍼 좀 가져다 달라고 하면 제조 여사원들이 가져다주면서 서로 친해지고, 사귀고,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40~ 50대 회사원분들은 보면 그렇게 만나서 결혼하신 분도 주변에 많다.

 

 

그리고 OHT는 현재 대부분 일본제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OHT가 문제가 생긴다면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업체들이 담당해서 수리 및 에러 해결을 해주신다.

 

예를 들어, 가끔가다 설비에 웨이퍼 통을 OHT가 내려주려고 하는데, 그걸 모르고 엔지니어가 설비를 점검하려고 손을 뻗어서 센서를 감지시켜 OHT가 급정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1~3분 정도 기다리면 외부 업체 엔지니어가 리모컨 같은 것을 들고 와서 정지된 OHT를 처리해주신다.

 

그런 경우에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라면서 용서를 빌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