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사이야기/설비엔지니어

삼성전자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의 차이점은 뭘까?

하멜s 2023. 1. 7. 14:53

삼성전자를 지원하는 공대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직무는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다.

 

하지만 생각보다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점이 다른지는 찾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ㅋㅋ

 

왜냐하면 실제로 설비 엔지니어로서 일하는 나도 설비 엔지니어의 업무가 꽤 다양하고 세분되어 있어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당연히 설비 엔지니어가 아닌 공정 엔지니어가 하는 일은 더욱더 세부적으로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한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의 차이점에 대해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당시에 자세하게 알려주는 글이 별로 없었던 것이 지금은 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어떤 점이 다른지, 전체적인 큰 틀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평소에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가슴에 팍 다가오도록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오랜만에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직접 따온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의 글을 한번 볼까 한다.

 

 

 

 

 

 

먼저 설비 엔지니어에 대한 설명이다.

 

 

설비 엔지니어

 

 

 

 

 

 

 

 

다음은 공정 엔지니어에 대한 설명이다.

 

공정 엔지니어
....???.

 

 

지금의 내가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보고 직무소개에 관해 쓰라고 해도 억지로라도 저런 식으로 써야 할 것 같긴 하다. 뭐랄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이해하기는 쉬워도 뭔가 Quality가 좀 떨어질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전문성도 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해서 멋이 없다랄까? 

 

뒤에 설명하겠지만, 진짜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설명을 해보자.

 

설비 엔지니어란?

=반도체 설비를 직접 수리한다.

 

공정 엔지니어란?

=수리된 설비를 데이터를 통해 검증한다.

 

이게 대부분이다. 근데 이렇게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삼성의 이미지가 있는데.

 

그래서 이해는 가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사실 저런 식으로 쓰는 게 삼성뿐일까?

 

취준생 시절, 수많은 회사의 직무 소개 글을 보았지만 한결같이 저런 식으로 다 쓰는 걸 봐서는 역시 회사에서도 좀 있어 보이게 직업을 소개하기를 선호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수많은 회사의 직무 소개 글을 통해 "이 직무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라는 걸 단 한 번에 알아먹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형식적인 내용은 필요 없으니, 진짜 이해하기 쉽게끔 설명해드리겠다.

 

우선 설비 엔지니어다.

설비 엔지니어는 반도체 장비를 직접 수리를 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준비물은 렌치, 드라이버 같은 공구 세트들이며 흔히 생각하는 물건이 고장 났을 때 고쳐주는 기사님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만 부서마다 설비의 크기도 다르고 운영하는 형태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팀은 여러 명이 같이 근무하기도 하고 진짜 엄청 힘들게 설비 올라가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반면,

어떤 팀은 자동화가 잘 되어 있어서 혼자 근무해도 충분하고 라인에 직접 안 들어가고 대부분 외부 업체에 연락해서 수리해달라고 하거나, 단순 알람 retry를 통해서 해결하기도 한다.

정말 부서마다 너무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설비에 어떤 에러가 났을 때, 해당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게 설비 엔지니어다.

 

당연히 설비는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수리하는 수리기사도 24시간 근무해야 하고 이 부분에서 교대 근무가 필수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설비 엔지니어는 이전 글에 더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

2023.01.01 - [삼성전자 회사 이야기/설비 엔지니어] - 설비 엔지니어란?

 

 

 

그렇다면 이제 공정 엔지니어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결과적으로 말하면 공정 엔지니어는 라인에 안 들어간다.

앉아서 컴퓨터로만 일한다. (설비 엔지니어도 연차가 쌓이거나 부서에 따라 컴퓨터로만 일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다만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는가?

 

설비 엔지니어가 수리하면, 제대로 수리했는지를 전산으로 검토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오늘 라인에서 설비가 에러가 났는데, 설비의 볼트 체결이 풀려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고 나는 볼트를 재체결해서 에러를 해결했다."

 

그러면 다시 설비를 가동해도 될까?

 

답은 NO다.

 

왜냐하면 반도체 장비는 너무나도 조건이 섬세하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저런 단순한 수리 같은 경우에도 설비가 기존처럼 동일한 상태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심지어 신입 사원이 수리했는데, 그 사람이 제대로 수리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설비 엔지니어가 우선 조치하면, 어떤 조치를 했는지 글 작성하고 공정 엔지니어에게 해당 링크를 보내준다.

 

그러면 공정 엔지니어는 해당 설비에 실제 웨이퍼 몇 장을 진행해서 그 웨이퍼의 데이터를 살펴본다. (전산으로 웨이퍼를 설비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 엔지니어는 라인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

 

대략적으로는 웨이퍼에 도포되어있는 PR의 두께, 패턴 거리의 균일, 웨이퍼의 오염 등을 살펴본다.

 

살펴보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전산으로 수리된 설비에 웨이퍼를 진행시켰으면, 다시 전산으로 계측을 할 수 있는 설비가 따로 있는데, 거기로 추가 진행해서 계측 데이터를 통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계측 데이터가 수리되기 전의 상태의 웨이퍼와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양호하면 설비 엔지니어가 제대로 수리했다면서 설비를 다시 가동해도 된다고 설비 엔지니어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 흐름이다.

 

당연히 설비 엔지니어가 수리를 24시간 하므로, 이를 검증해주기 위한 공정 엔지니어도 24시간 교대 근무가 필수이다.

 

다만 설비 엔지니어보다는 사람 수가 많을 필요는 없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한다는 점이 장점이 되겠다.

 

하지만 공정 엔지니어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다.

 

그건 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공정 엔지니어는 설비 엔지니어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솔직히 모르고 엔지니어의 역량이 쌓이는 직무는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이것도 쉽게 설명해드리겠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설비는 엄청 비싸고, 당연히 그에 따라 엄청 복잡하고 어렵다. 설비 엔지니어도 다 모를 만큼 복잡하며 그에 따라 진짜 모르겠다 싶은 건, 설비를 만든 메이커에도 연락해서 고쳐 달라고 요청까지 할 정도.

 

근데 설비를 직접 다루지도 않고 라인에 들어오지도 않는 공정 엔지니어가 설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설비 엔지니어가 설비의 명령을 받는 Board를 교체했다고 치면, 이 Board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정 엔지니어는 하나도 모른다.

 

그냥 설비 엔지니어가 어떤 설비에 대해 조치하면, 이런 검사를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검사표(?)를 같이 보내주면 공정 엔지니어는 그걸 보고 "정확히 어떤 걸 수리해서, 왜 이렇게 고쳐진 줄은 모르겠지만 여기 표에 보면 이런 검사를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그냥 웨이퍼를 진행해서 표에 적혀진 검사표에 따라서 웨이퍼를 검사한다.

 

결국 공정 엔지니어는 웨이퍼의 상태를 검사하는 반복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설비 엔지니어도 그렇지만, 공정 엔지니어도 (고졸 출신들을 절대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졸 출신분들이 일하시는 경우가 아직도 매우 많다. 

 

어쨌든 반도체 검사만 해왔는데 다른 회사에 이직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설비가 아닌, 반도체에 대한 지식은 좀 쌓여서 반도체 회사로 이직을 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많은 한계가 있다.

 

반면 설비 엔지니어는 설비에 대해 많이 다뤄보고 직접 수리를 하기 때문에 설비를 다루는 회사들에 이직하는데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설비나 공정이나 둘 다 3교대를 돌아야 하므로, 두 직무 모두 퇴사율이 높은 건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다.

 

 

 

참고로 이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예전에 대학교에서 취업 이후 인터뷰했던 내용이 있어서 그 내용을 그대로 담아 드리겠다.

 

 

 

반도체 장비는 기본적으로 24시간 돌아가요. 그러다 보면 장비 부품이 부서진다거나, 오래되어서 설비가 멈출 수 있겠죠? 그러면 설비   직군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인에 입실합니다.

 

그런 다음 설비의 원인을 파악하고, parts를 교체하는 식으로 뚝딱뚝딱 설비를 고쳐요. 그럼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때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바로 설비를 다시 정상 작동시키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A라는 설비를 설비 직군이 고쳤으면, 반드시 설비가 기존과 똑같은 상태/조건으로 웨이퍼를 만든다는 보장이 없어요.

단적으로, 설비를 제대로 못 고치는 신입이 잘못하면, 설비가 정상으로 고쳐진 게 아닌데도 설비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때 공정이 일합니다.

 

 

설비 직군이 "나는 A라는 설비에 대해서 B라는 조치했다, 이제 공정 직무 분들이 (테스트용 웨이퍼 등을 통해서) 기존처럼 정상적인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설비로 돌아왔는지 테스트해달라"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공정이, 전산을 통해 연습용 웨이퍼를 A 설비로 흘려보냅니다. 그럼 설비가 연습용 웨이퍼에 PR을 뿌리는 등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을 공정이 이어서 연습용 웨이퍼를 테스트하는 설비, 계측설비 등으로 흘려보내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통해서 정상적인 웨이퍼가 나옴을 확인합니다.

그럼 그때 설비가 제대로 고쳐진 것을 확인하고, 상품성이 있는 웨이퍼를 다시 진행하게 함으로써 일이 끝나는 겁니다. 

 

이게 기본적인 틀입니다. 물론 이것도 간략히 설명해 드린 건데, 그 이상은 직접 입사하셔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